비행기에서의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당연히 금방 잠이 들었던 덕분이었다. 눈 감았다 뜨니 영국이라니. 이번이 피터의 첫 번째 해외여행을 떠올렸다. 첫 번째는 소코비아 협정 전투 때문이었다. 목적지는 독일이지만 그때 굉장히 들떠서 비행기를 돌아다녔었지. 전용기에다가 캡틴이랑 어벤저스 멤버들을 처음으로 만난 날이었고. 그때 처음으로 스파이더맨 슈트를 받았었는데...
피터는 의식이 점점 몽롱해지는 것을 느꼈다.
사실 피터가 잠을 청한 까닭은 그냥 깨있으면 뭔가 입을 놀렸다가 들통나 버릴 것 같아서인 것도 있고 차원 이동의 후유증으로 추정되는 피로도 잔뜩 몰려왔기 때문이었다. 피터는 스타크의 개인 비행기만큼이나 편한 일등석 시트에 파묻혔다. 일등석이라니 너무 좋은걸... 이것도 기록했다가 스타크 씨에게 알려줘야지.... 피터는 몽롱하게 꿈결 속으로 떨어지는 와중에도 그렇게 생각했다.
"... 톰! 톰! 일어나."
처음에는 몰랐지만 누군가 자신을 치며 부르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설풋깼다. 이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들리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갤 돌리니 옆자리에서 해리슨이 자신을 톰이라 부르고 있었다. 아 맞다
피터는 눈을 깜빡이며 정신을 차리려 했다. 난 지금 위장 중이야... 눈을 비비다 옆을 다시 보니 눈썹을 까딱이는 어서 입국 신청서를 쓰라며 종이와 펜을 내미는 그의 손이 들어왔다.
받아 들고는 의자에 푹 파묻힌 몸을 일으켜 세우며 머리를 긁적거렸다. 저번에 써봤으니까 하며 피터는 익숙하게 펜을 놀렸다. 동시에 비행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땅이 보이고 곧이어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 육지를 선회하자 바다가 보였다. 보이는 풍경으로 이곳이 섬나라 영국의 상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기내방송에서 비행기 시트를 세우라는 안내가 들었다. 피터는 버튼을 눌러 자리를 정리했다.
착륙 직전 덜덜 떨리는 비행기 안에서 해리슨이 물었다.
"바로 집으로 갈 거야?"
"어? 집... 그래 집으로 가야지."
그 집이 어딘지 모르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야.
"한동안은 못 보겠네? 한 며칠-"
그동안 어디에 있을지 걱정이었다. 아마 그의 지갑 안에 들어있는 돈으로 숙박을 구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미안해요 톰 네가 번 돈 제가 좀 쓸게요. 당신을 위해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러면서도 최대한 아껴 써야겠다 생각하다 문득 해리슨이 집 근처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는 사실이 기억났다.
"나 피곤한데 집으로까지 데려다주면 안 될까. 뭐... 아무래 사고 후유증 때문에 좀 신경 쓰여서...
사실 톰 홀랜드의 집을 진짜 몰라서 라는 게 정확한 이유였지만 사고 후유증이라는 걸 슬쩍 강조하며 해리슨에게 부탁했다. 이상하게 여기진 않는지 눈치를 봤지만 해리슨은 아무런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이는듯했다. 피터는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적어도 다른 숙소를 찾을 필요가 사라져 다행이네
피터는 인파를 따라 입국 수속하기 위해 여권을 들고 외국인 입국 수속장에 섰다. 휴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자신을 보고 눈을 빛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입국 수속 중에는 사진 촬영이 불가해서인지 멀리서 힐끔거리는 눈들만 있었다.
"톰?"
다른 사람들을 모두 자신을 의식하는 것 같아 어색해 뻣뻣해질 때쯤 해리슨이 이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고는 자신을 불렀다. 나는 왜 그러냐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내가 혹시 슈퍼스타의 본분이라도 잊게 행동한 게 있는 걸까 싶었다. 그 찰나에 내가 실수한 걸까? 그런 의문과 방금까지의 행동을 돌이 킬 때쯤 해리슨이 나를 가리키며 한마디 했다.
"너 그 자리... 아닐 텐데?"
"응?"
그의 지적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 이래 봬도 해외여행해 본 적 있다고! 그의 이상한 눈초리에 난 뭐가 문제냐며 두 손과 어깨를 들어 올렸다.
"뭐가 문젠데? 나 해외여행해본 적 있다고!"
"너 아무리 메서드 연기 연습한다지만... 외국인 줄이라니? 여기서 피터 파커로 입국할 참이야?"
피식 웃으며 말하는 해리슨의 지적에 자신은 그제야 히익 소리와 함께 자신이 있는 줄에 쓰인 표지판을 봤다.
천장에 붙어있는 표지판에는 외국인 전용이라는 게 굵은 글씨로 쓰여있었다. 자신이 서 있던 곳은 영국인 외 외국인 입국 수속 줄이었다. 홀랜드는 토종 영국인이라고!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또 누가 볼까 얼굴을 가린 채 짐을 이끌고 해리슨이 있는 곳으로 재빨리 걸어갔다. 해리슨이 그런 날 보며 배를 잡고 웃었다.
" Hey, 스파이더맨! 영국 여행은 처음이지?
" 하하... 메서드 연기가 역시 힘드네."
메서드 연기는 역시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주는 것 같다고 괜히 입 밖으로 투덜거리며 자연스럽게 줄로 섞여 들어갔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며 웃는듯했다. 피터는 부끄러움에 목부터 귀 끝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진 못 찍는 게 아쉽네"
해리슨은 내 어깨를 두드리며 다시 한번 웃고는 먼저 입국 심사를 하러 들어갔다.
자신의 차례였다.
내 앞에 있는 사암이 지문인식을 하고 사진이 찍혔다. 곧바로 통과해서 나갔다. 묘하게 긴장됐다.
홍채인식기 앞에 섰다. 그리고 붉은빛이 나오는 곳을 바라봤다. 아무래도 지문도 맞으니까 홍채도...
-띠링
역시 통과. 무심하게 여권을 건네는 직원에게 미소를 건넨 후 여권을 받아 들었다.
다행스럽게 문제없이 영국으로 영국인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 마치 스파이가 된 기분이었다. 위장 잠입이라던가 말이다. 물론 실제로 그런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말이다. 그냥 잠입이라면 몰라도.
이제 빼도 박도 못하게 이곳에서 영국인이네. 아니 그래도 유전자는 다를 수 도 있지. 그나저나 외국인들한테는 히드로 공항이 악명 높고 입국심사가 까다롭다 들었는데 다른 차원의 존재는 <넘을 수 없는 차원의 벽>인 듯싶어 쿡쿡 웃었다.
멀리 입국장 입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며 캐리어 싣는 카트에 짐을 잔뜩 쌓아둔 채 기다리고 있는 해리슨이 보였다. 피터는 다시 헛기침을 하고는 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 사람들이 저기 톰 홀랜드다 라고 웅성거리기 시작하는 게 피터의 뛰어난 청각 덕분에 귀에 꽂혔지만 들렸지만 모른 채 했다.
피터는 방금 전 일을 후회하고 다시 한번 자신의 행동에 주의해야겠다 생각하며 입국장을 나서는 해리슨의 뒤를 어미새를 따르는 아기새처럼 졸졸 쫒아갔다.
<4> 피터는 입국심사 때 외국인 줄에 서는 허술한 모습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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