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와 같은 어지럼증과 함께 주변에 보이던 정신없는 영상과 귀를 스치던 소음이 들렸다. 이 세계를 이동할 때 뭔가 붉은 글자가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차원의 게이트에 글자라니. 피터는 자신의 상상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어지럼증이 좀 가시는듯해 피터는 눈을 슬며시 떴다.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신이 서 있던 곳은 바로……. 아주 일반적인 공원이었다.
운동복을 입고 뛰어가는 남자, 애완견을 산책시키고 있는 아이, 큰 아름드리나무 밑 벤치에 앉아 체스를 두고 있는 노인들 자신의 세상과 같은 일상적인 풍경이었다. 사실 이곳은 피터가 자주 지나가던 공원이었다. 사실 처음 왔을 때랑 크게 달라진 것도 없고 자신이 원래 살던 곳이랑도 크게 다른 건 자주 보던 사람들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거였다.
"그래. 우선 그들과 접촉부터 해야겠지? "
피터는 챙겨둔 톰 홀랜드 배우의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 들며 혼잣말을 했다. 상황을 정리하는 것에 있어선 혼잣말이 최고였다. 사실 그의 소지품을 처음 보았을 때 뒷면이 와장창 깨져있어서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너도 꽤 행동이 조심스러운 것 같진 않은 것 같다고. 그러다 자신을 욕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살짝 인상을 쓰고 변명을 떠올렸다. 원래 아이폰이 잘 깨지는 것으로 유명하니까 그런 거라고
피터는 손에 쥔 아이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켜진 화면에는 잠금이 걸려있었다. 그걸 본 피터는 끙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어쩌지……. 나 비밀번호 모르는데……."
사실 네드라면 아이폰 해킹 정도는 껌이었을 텐데 미리 부탁해올걸.! 피터는 자신의 준비성 부족에 한탄하며 자신의 화면을 바라봤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하나?
괜히 잠긴 아이 폰을 만지작거리며 하단에 작게 표시된 '지문을 인식하세요.'라는 글자가 묘하게 눈에 들어왔다,
"에이~ 설마?"
중얼거리던 피터는 당연히 아니겠지만……. 하며 혹시나 싶은 생각에 엄지손가락을 홈버튼에 쓱 올렸다. 곧이어 착 하는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잠금이 해제됐다.
"오오! 진짜 되잖아! 모든 사람이 지문은 다른 거 아냐? 된다는 건……. 그렇다는 건……. “
그와 자신이 진짜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다는 건 여기에 진짜 피터 파커는 없는 게 확실하겠네. 다른 세계라는 것이 점점 실감이 나는듯했다.
아이폰으로 우선 그를 파악해보자 싶어 화면을 누르려던 참에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피터는 깜짝 놀라 허둥거리며 아이폰을 끄려고 하다 들리는 목소리에 얼어버렸다.
실수로 통화버튼을 눌렀나 봐!!
전화기 너머에서 누군가의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말에 몹시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톰 도대체 갑자기 어디 갔던 거야?]
그런 와중에도 이미 시작된 통화였기에 피터는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귓가에 가져다 댔다.
[촬영장이 부서져서 촬영 스케줄이 미뤄질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왜 그동안 연락 안 받은 거야? 걱정했잖아 그래서 다시 영국 가는 비행기를 잡아두었는데……. 톰? 듣고 있어?"]
누군가가 나에게 스케줄에 대해 설명하며 나의 반응을 살피고 있는 듯했다. 나는 다시 귀에서 폰을 떼고 저장되어있는 이름을 확인했다.
[해리슨]
아마 여기서 내 모습을 한 사람은 영화배우였지. 대화를 봐서 해리슨은 매니저라도 되는 건가? 이 사람이 누군지 확실히 알 수 없어 피터는 맞장구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알겠어……."
[.. 좀 아쉬워할 줄 알았더니……. 너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대본 궁금해했잖아? ]
이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사실 처음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다른 세계에서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거니까.
"어……. 물론 아쉬운 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천재지변이고……."
이 정도 변명이면 됐을까? 다행스럽게도 해리슨은 말 그대로 받아들인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뭐 여하튼 다시 트레일러에서 만나. 우리 트레일러 쪽은 무사한 것 같으니까.]
통화가 끊어지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휴. 들킨 것 같진 않은데. 오랜만에 긴장한 것 같네 정체 숨기려고 하는 건 늘 곤욕이야!
그렇게 생각하며 피터는 자신이 처음에 이 세계로 나타났던 스파이더맨 촬영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는 와중에 나는 폰을 열심히 뒤적거렸다. 조금이라도 해리슨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모든 사람의 해시태그를 뒤적이고 있는데 주변에서 힐끔거리는 시선들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주 뛰어난 청각세포를 가지고 있던 피터의 귀에는 톰 홀랜드 아니야? 물어볼까? 하는 소곤거림도 들려왔기에 피터는 재빨리 그 자리를 떠나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아무도 안 보는 곳에 도착하고 나서야 피터는 다시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인스타그램으로 유추해볼 때 톰은 해리슨과 굉장히 친한 친구처럼 보였다. 그리고 옆에 보이는 사람들은 톰과 아니 자신과 몹시 비슷한 사람들이 보였기에 피터는 눈을 크게 떴다.
“……. 톰한테 가족이 있잖아?”
인스타그램과 갤러리 속 사진으로 보이는 톰 홀랜드의 가족 동생들은 서로 무척이나 닮아있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한걸…….
이상한 기분을 애써 떨치며 인스타그램 조사를 이어나갔다. 나머지 살펴보니. 톰 홀랜드는 일반 인치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힘 조절을 잘해야지. 좋다한들 스파이더맨에 비할까.
속으로 다짐하고는 고개를 까닥이며 목록을 쭉쭉 내렸다. 오, 이런. 어떤 한 영상을 보던 피터는 자신의 손을 들어 입을 턱 막았다.
그 영상은 바로 톰 홀랜드 배우가 춤을 추는 영상이었다. 그것도 망사스타킹을 입고서! 나라면……. 절대 못해…….!
갑자기 얼굴이 후끈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 와중에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잘 추는 모습에 끄응하는 소리를 냈다. 그 와중에도 잘 추는 건 뭔데…….! 이런 나 춤은 못 추는데. 연습해야겠네……. 아니면 절대 추는 것을 하지 말아야지…….
이런저런 걱정 가운데에서도 우선 당장 봐야 하는 해리슨이라는 친구부터가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의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해서 왔지만 ……. 누구의 도움 없이 모든 걸 해내야 한다는 사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것도 임무의 연장이라 생각하자. 스파이들이 연기하듯 말이야. 피터는 자기 자신에게 용길 북돋기 위해 중얼거렸다. 내 안의 스파이더맨 그리고 날 믿자.
" 난 스파이더맨이라고! 힘내 스파이더맨"
"톰?"
자신에게 집중하다 누군가 자신을 치려는 듯 한 느낌에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다. 자신이 방금까지 서있던 그 자리에 허공에 헛손질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 듯해 누구세요 라고 물으려다 얼굴을 보니 아까 그 사진에 있던 해리슨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누구……. 군가 했네! 안녕 해리슨“
피터는 그 사람을 실물로 처음 본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 촬영장 멀리서 톰이 공격당하는 모습을 경악하는 얼굴로 보고 있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었다. 그 경악한 표정과 달리 지금 그의 표정은 평온한 축에 속했다. 지금은 아주 작게 놀란 것 같았으니까.
"와우 빠른데? 그래서 사고에서도 빠르게 대피한 건가? 괜찮다고 하고 어디로 갔었던 거야?"
감탄이 섞여있는 듯 한 눈빛으로 자신을 대단하다는 듯 바라보는 모습과 역시 스파이더맨 트레이닝은 뭔가 좀 달라? 운동신경이 더 좋아진 것 같은데. 라며 가슴을 툭 치고는 미뤄둔 짐 정리하러 가자며 트레일러 쪽으로 나를 떠밀었다.
다시 한번 그때를 떠올리자면 처음 봤을 때 내가 i'm ok.라고 말하고 다시 해결하러 차원을 넘었었는데 아마 그는 그때 내가 톰인 줄 착각했던 듯싶었다.
"그으으래…….? 짐 정리해야지"
피터는 말을 늘어뜨리며 어색하게 고갤 끄덕였다. 네가 그동안 사라져서 시간이 지체됐다는 잔소리를 들으며 해리슨에게 떠밀리듯 걸었다.
"인사는 다 했어?"
"아직……. 정신이 없어서. 아무래도 내가 그 사고 현장에 있었었잖아?"
자신이 생각해둔 변명을 말하자 해리슨은 안 되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인사 안 하고 가도 이해는 할 거야. 사고 현장에 있었으니까. 예의 없는 톰 홀랜드~ 전화로 연락하면 되지!"
"지금 내가 아직 후유증이 조금. 어……. 아니 완전 조금 있는 것 같아서.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는 것인지 도와줄래?"
말을 조금 더듬거리긴 했지만. 뭐……. 해리슨은 자신 자체를 의심스러워하는 것 같진 않아 보였다.
"후유증? 병원 가봐야 하는 것 아니야?? 지금이라도 비행기표 취소하고 병원으로 갈까?"
그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피터는 당황했다. 병원은 아니야! 안 돼!
"어……. 내가 나중에 알아서 갈게! 지금은 그냥 뭐라도 마시면서 쉬는 게 제일 좋을 것 같아"
"영국인은 차 한 잔이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아니 차는 별론데……. 탄산이 더 는 아니야 차 좋지!"
자신은 차를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늘 마시는 탄산음료를 이야기하려다 해리슨이 의아한 눈빛을 하자 재빨리 고쳐 말했다. 피터는 자신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해리슨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다른 쪽을 바라보며 괜히 감탄하듯 소리 질렀다.
"yeah yeah yeah! 저'"
"웬일로. 다이어트 때문에 음료수 끊는다며? 그리고 그 말버릇. 톰 그거 이상하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리고 악센트 코치 없으면 금방. 악센트 돌아오지 않았나.? "
그 지적에 나는 놀라 입을 손바닥으로 가린 채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에 반해 해리슨은 눈을 얇게 뜨며 의심스러워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표정을 본 피터는 이대로 바로 들키는 건가 싶어 긴장했다. 피터의 등을 타고 식은땀이 주룩 흘러내렸다.
"너……."
해리슨의 손이 자신을 가리킨 채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이렇게 순식간에 들켜버리다니 그래서 스타크 씨가 나한테 임무를 맡기지 않는 건가! 전투요원이라도 감지덕지지 이런 큰 사고를 일으키다니 누가 백업도 해줄 수 도 없고 저 어떡하죠?
피터는 두려움에 빠진 얼굴로 해리슨을 바라봤다. 속아 졸아 드는 기분이었다. 임무에 이렇게 빨리 실패하다니 정말 면목이었다. 속으로 그런 복잡한 생각 그리고 걱정이 한데 엉겨 붙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충격을 차라리 심하게 받았다고 할까? 피터의 머리가 핑핑 돌았다.
"네 연기가 나날이 괜찮아지는군. 메서드 연기로 빠진 거야? 네 롤모델은 메서드 연기 별로라고 하지 않았나?"
그의 말에 맥이 탁 풀렸다. 그래 메서드 연기법은 다들 흔하게 알고 있던 것이라 다시 되묻을 일 없어서 다행이었다. 역을 맡은 배우가 해당 배역에 몰입하여 연기력에 중점을 두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연기법이지. 해리슨이 지금 자신의 모습에서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을 떠올렸다는 게 좀 위험하긴 했지만 마침 그렇게 둘러 대면될 터였다.
"그래. 메서드 연기. 그렇지 내가 연기 연습하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볼 수 있는 거니까. 나 아직……. 어리잖아? 배……. 배우로선 말이야."
다양한 도전 이라며 둘러대고는 캐리어에 대충 짐을 욱여넣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챙기고는 다 챙겼다고 말하고 입을 다물었다. 실수는 안 돼 피터! 모든 게 괜찮다는 듯 입을 늘리고 미소를 지었더니 해리슨도 미소를 보답하듯 마주 웃었다.
매니저가 가져온 차에 탄 후 우리는 공항으로 움직였다.
<3> 피터가 해리슨을 처음 만났다. 사실 첫 만남은 이 세계를 왔을 때였다. 취소되었지만
'3.who is spiderm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WHO IS SPIDERMAN? [6] (0) | 2019.09.16 |
---|---|
WHO IS SPIDERMAN? [5] (0) | 2019.09.16 |
WHO IS SPIDERMAN? [4] (0) | 2019.09.16 |
WHO IS SPIDERMAN? [2] (0) | 2019.09.16 |
WHO IS SPIDERMAN? [1] (0) | 2019.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