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드림; 뉴욕가는 비행기에서 사고후 마블세계입문?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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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진 피터를 데려간 곳은 과거에도 가봤던 업스테이트 건물이었다. 공상SF영화에서나 볼법한 캡슐 안에서 피터를 치료하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신음을 앓는 소리를 흘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쥐 죽은 듯 조용히 캡슐 안에 누워있었다. 솔직히 상황은 심각하지만 머리만 검은색이었다면 유리관 안에있는 백설공주 같다고도 생각이 들 정도였다.
주변이 단파장으로 비춰져서인지 실제로 피터가 창백한 안색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얼굴은 푸르스름해 딱 봐도 상태가 나빠보였다. 피터가 어서 깨어나길 기도하며 피터의 곁에 앉아있었다. 나는 멍하니 피터의 얼굴을 바라보다 웅하는 진동에 정신을 차렸다. 스마트폰에서 알림인듯했다. 화면을 보니 토니가 보낸 문자였다.
[저번에 처음 왔던 곳으로 와]
내가 도착한 곳은 나에게는 익숙한 하얀 공간이었다. 음…. 예전에 내가 실험용 쥐가 됐었던 공간에 또 다른 피터가 침대에 앉아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하나는 마치 자신이 그 방에 들어가 있고 피터가 자신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피터도 나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는데 나도 지금 안에 들어가 있는 피터를 의심하는 눈으로 보겠구나 싶었다.
토니는 피터의 슈트에 있는 캐런을 통해 베놈이 붙어있었다고 주장했던 기간의 데이터 수치를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예전과 봤을 때 피터의 신체 수치가 비약적으로 좋아진 것을 확인했다.
" 그래서 정체가 뭐지? "
" 저도 피터라니까요? 그저 갈라진 것뿐이에요. 나도 히어로로써 악당을 처단하고 일상생활하고 하는것이죠."
"그러면 피터는 언제 깨어나지?"
"딱 일주일만 있으면 깨어날 거예요. 다시 융합하는데 반동이 그 정도니까."
침대에 앉아잇던 피터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던 토니였지만 다른 피터는 그런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 일주일 지나도 안 일어난다면 뭐 절 죽이셔도 상관없어요. "
턱을 짚던 피터는 살짝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그동안 메이가 피터를 걱정할 텐데 말이죠.…."
그 이야길 들은 토니가 인상을 찌푸렸다. 갑자기 피터가 집에 안 들어간다면 메이는 걱정할 게 분명했다. 꽤 협조적인 다른 피터 덕분인지 토니는 치료하고 있는 피터는 병원에 입원해있고 또다른피터에게 스파이더맨 역할과 학교에서의 역할 그리고 하나와 레고 조립을 도우라고 지시했다. 물론 감시는 여전히 하겠다 으름장을 놓았고 또 다른 피터는 나와 토니에게 무해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상관없다 말했다.
나는 우선 학교일부터 처리하자 싶어서 집으로 네드를 불렀다.
"하나 오랜만이에요? 피터는 뭐 학교에서 보니까 내일 숙제했어?"
스스럼없이 다른 피터에게 이야기하는 걸 보니 나만 구분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덕후의 자존심이 회복되는 기분이 들었다. 친한 친구도 못 알아보는데 내가 정상인 거지!
나는 다른 피터를 가리키며 네드에게 말했다.
" 네드… 사실 지금 피터가 대단히 큰 상처를 입었어.…. 그래서 피터가 회복하는 동안 대신할 거야."
" 피터… 아니에요? 기계인가요? 와! 대박 엄청나다! "
실제 피터 같다면서 소리를 지르고는 피터 가까이에서 요모조모 살펴보고 있는 네드를 한쪽 구석으로 끌고 가 조용히 말했다.
"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위험한 행동 할 수도 있어. 네드가 잘 지켜봐 줘. 너한테 주는 임무야. 의자에 앉은 사람이 간혹 현장업무도 하잖아? 그거라고 생각해!"
네드는 의자에 앉은 사람이라는 단어에 눈을 빛내더니 자신만 믿으라고 가슴을 탕탕 치며 안드로이드 피터를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다.
어, 왠지 더 불안한걸…?
네드에게 다시 한번 주의를 준 후 집으로 보내고 한숨을 돌렸다. 학교에서 제발 이상한짓 안하길바라. 네드를 보낸 후 집에는 하나와 피터는 단 둘이었다. 당장 메이가 있는 곳으로 보내기엔 가족이라서 혹시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 스타크 인턴쉽때문에 잠시 일주일 동안 다른 곳에서 통학하면서 학교 다닐 거라고 통화했다.
'달칵'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샤워실에서 씻고 나왔는지 피터가 하얀 가운에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젖은 머리를 털며 나오고 있었다.
"저... 피터 아닌 피터 씨?"
"왜 그냥 피터라 부르지 예전처럼."
그건 제가 쫌 껄끄럽고요... 뭐라고 부를까 고민해봤는데 아까부터 자신을 개처럼 쫓아다녀서 '도그' 라 부를까 했지만 개라고 하면 쟤 기분이 상해서 수틀려서 빌런으로 각성해버릴지도 모르니까... 도그를 '독'이라 줄이고 독이 영어로 베놈이니까 베놈이라 부르자고 생각하며 다른 피터를 다시 바라보는데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아직 물기가 있어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칼, 하나를 바라보는 갈색 눈동자, 부드러워 보이는 빨간 입술, 하얀 목욕가운 사이로 드러난 대흉근……. 하나는 베놈을 보며 자신이 딱 알맞은 별명을 붙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베놈의 매력은 독처럼 치명적 이였다.
'철썩 '
하나는 한쪽 손을 들어 자기 자신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정신 차려 쟤는 피터가 아니야……. 아. 아닌데……."
하나가 셀프 따귀를 때리는 것을 보고 놀라서 걱정하며 다가오는 베놈을 보며 또 멍해질 뻔했지만 하나는 곧이어 자신의 다른 쪽 뺨 도 후려쳤다.
그래 정신을 차릴 때까지 따귀를 치자. 한쪽 뺨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피터의 얼굴을 하고 피터의 목소리를 한 너란 녀석은 도대체 누구냐...!
셀프따귀를 때려 뺨이 퉁퉁 부어있는 하나를 물끄러미 보던 피터가 냉장고에 있는 얼음으로 찜질해주겠다며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던 베놈은 휴지통 옆쪽으로 부서진 레고를 보고 피식웃었다.
"저번에 나랑 맞췄던 레고네……."
하나는 깨달았다. 그 당시는 베놈이 피터인 거 몰랐고 피터가 대부분 맞췄던 물건인 줄 알고 부숴댔으니 피터에게 운이 없던 건 당연한 결과였다는 사실을. 그날 피터의 사이드 킥이 아니라 피터에게 뒤통수를 친 것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이 하나를 속상하게 만들었다.
[번외]
학교로 같이 간 네드는 처음에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질문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질문하고 있었다.
네드는 피터가 늘 하던 수업을 듣고 있던 베놈에게 쪽지를 보냈다.
"혹시 너도 스파이더맨이야?"
베놈은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반적인 피터랑 똑같은 거지?"
"더 멋질걸? 보여줄까?"
베놈과 네드는 옥상에서 거미줄 날리기 실험이나 실제 피터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 인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은 베놈과 함께 친한 친구로 보이게 인증사진을 찍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