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피터드림; 소개팅주선 下
+피터드림
+드림주 소꿉친구
그는 몹시 귀여워 보였다.
스파이더맨은 그렇게 외치곤 입은 다문 그는 마치 개구리를 문듯한 표정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했기에 나는 다시금 그 이름을 입밖에 내지 않을 수 없었다.
"... 파커"
한껏 입을 벌리고 있는 스파이더맨과 떨어진 호흡기를 두어 번 번갈아 봤다. 저 표정도 뭔가 익숙한걸
마치 피터가 당황한듯한 입모양이랄까 어쩜 그렇게 닮았을까. 당황한 피터는 뭔가 주머니에 넣고 싶을 만큼 귀엽지. 귀여운 거랑 연애감정이랑은 다른 거랬어. 물론 난 스파이더맨님을 좋아하니까. 그나저나 요즘 왜 자꾸 피터 생각이 나는지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스파이더맨이 조각상처럼 멈춰 계시는 동안 난 그 모습도 관찰하고 있었다 예전에 유럽 여행할 때 미술관에서 본 잘 깎은 대리석 같은 느낌의 몸체...
본격적으로 감상하던 찰나 어느새 그는 마스크를 다시 쭉 잡아 내렸다.
그나저나 호흡기가 맘에 안 드시나? 그의 반듯한 턱은 마스크 속으로 사라졌다. 약간 아쉬운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일을 하자. 본업은 아무래도 일이잖아? 그나저나 검사해야 하는데 왜 저러시는 거지. 나는 그 자리에 바로 이러는 까닭을 생각해내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예민해서 그런가? 건강 전담관리를 맡은 나로선 결국 일을 해야 하기에 기계 탓을 해봤다. 호흡기에 이상이라도 있는건가 싶었다. 다른 기곌 써야 하나 싶어 다른 기계장치가 뭐가 있는지 여러 가지 방안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우선 기계탓을 했으니 점검하기 위해 떨어뜨린 산소호흡기를 주우려 허리를 굽혔다.
"맘에 안 드시면 바꿀 -"
말하며 호흡기를 쥐려는 찰나 어느샌가 빨간 슈트로 감싸 져 있는 손가락과 내 손가락이 툭 닿았다. 심장이 덜컹했다. 아. 짧은 탄식이 내뱉어졌다. 사심은... 절대 존재하는데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햄복함돠!
사실 내가 먼저 스파이더맨에게 손댄 적은 없었다. 부담 느낄까 봐 그에게는 1M 안에서는 일적인 접근만 했지. 아 물론 오는 건 피하는 거 아니랬음 ㅇㅇ
어느새 그는 떨어뜨려서 미안하다 사과하며 나에게 호흡기를 쥐어 건넸다. 난 어색하게 괜찮다며 웃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이 나보다 더 어색했다. 호흡길 건네면서도 그는 자신은 그 누구도 안 닮았다라며 계속해서 말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전 아무도 안 닮았어요!"
"네. 스파이더맨님 말이 다 맞아요."
맞아요 당신은 유니크하시니까요. 스파이더맨님이 아니라면 아닌 거임 아무튼 아님
내 빠른 수긍에 오히려 스파이더맨이 얼떨떨해하는 듯했다. 원래 믿고 보는 거랬어. 그나저나 검사 안하쉴? 호흡길 만지작거리며 그의 눈치를 봤지만 그는 나를 바라보다 갑작스럽게 화면이 꺼진 핸드폰을 흔들어 보이며 무언가 일이 터진 것 같다며 다음번에 검사하자고 하고는 쏜살같이 사라졌다. 결국 스파이더맨이 없는 랩실에는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 멋쩍어 넵 알겠슴돱! 하고 나오긴 했지만 뭔가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일이야 뭐 급한 건 아니니까. 그냥 뭔지 모를 기분에 머리가 복잡해져 휴게실 소파에 늘어졌다.
이곳 연구실 사람들은 돈 받는 만큼이나 바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고 대외적으로 여기저기 다니는 많아서 대부분 휴게실을 안 썼기에 거의 내가 전세 낸 거나 다름없었다.
사실 내가 맡은 일이 꽤 여유로워서 평소에 피터에게 일을 도와줄까 이야기해봤었는데 피터는 나한테 한 번도 뭔가 도와달라 부탁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거의 외근이었고. 실험실은 있는데 거의 비정상적으로 외근이 많아서 다른 지점으로 옮긴 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또 가끔씩은 내 랩실에 들리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듯싶었다.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에 몸을 다시 정돈하려다 그 사람이 피터인걸 발견하고 난 그냥 그대로 늘어졌다.
뭐 하는 거지?
그는 기웃거리며 눈치 보는 얼굴로 날 힐끔 봤다. 어 저거 분명 뭐가 있는 얼굴인 게 분명했지만 내 머리도 꽤 복잡했기에 그냥 모른 척하려고 했다만.
실마리를 잡는 기분이 들었다. 아 혹시 그런 거 아냐?
나는 천천히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피터를 바라봤다. 우리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의 얼굴은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가 내 시선을 피했다. 난 확신했다. 벌떡 일어나 피터에게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피터가 내 저돌적인 행동에 갑자기 어깨를 움츠렸다.
쾅!
피터는 내 덕분에 벽에 등을 붙이고 서 있었다. 나는 벽에 탕 손을 짚으며 내 눈을 똑바로 보라고 말했다.
"너... 뭔가 숨기는 거 있지 "
"... 아니 이...?"
목소리도 졸아들고 내 눈을 피하는 게 역시... 난 손을 천천히 들어 올려 고개를 돌리고 있던 피터의 턱끝에 손을 댔다. 그리고 내 시선을 피하려는 피터의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게 했다.
그의 눈에는 긴장과 불안으로 휩싸여있었다. 깨달았다 아. 내가 그의 비밀을 알아버렸어
그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나는 나긋한 목소리로 피터를 달랬다.
"난 그런 거 편견이 없어"
"... 응?"
여전히 피터의 동공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렸다 앗. 내 손때 문인가 나도 모르게 만지작거리던 손을 거뒀다. 내 손이 맘대로 움직였네! 워후 나쁜 손! 대신 그 손을 피터의 어깨에 척 올렸다. 그리고 이해심 깊은 표정을 지었다. 안심해라 피터. 내가 스파이더맨 일인데 떠벌리겠어?
하지만 직접적으로 말하면 피터에게 부담될 것 같아 돌려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 난 가족사는 말하지 않아 "
내가 말을 시작할 때 두 눈을 질끈 감던 피터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왐마 깜짝 아. 피터 눈 너무 커 오히려 놀래서 내가 한걸음 물러났다.
"... 뭔 소리야?"
피터의 표정이 바뀌었다. 다년간 피터를 지켜봤을 때 이 표정은 어이없어하는 표정이었다. 꾸미거나 연기하려는 게 아니라. 그래 역시 내가 너무 갔나. 확실히 그런 건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설정이긴 하지.
"무슨 소리야..."
"스파이더맨이랑... 배다른 형제라던가... 아니야?"
피터가 내 말을 이해 못한 듯했다. 음 아니면 혹시 그런가?
"그러면 너 혹시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형이라도 있는 거라도..."
"뭐라는 거야..."
피터가 날 한심하게 봤다. 읭?
"너 스파이더맨이랑 닮았..."
"나랑 닮았다고...? 너 그 사람 얼굴 봤어? 비밀이잖아 "
나는 그 조항을 지목하자 아차 싶었다. 두 손으로 잽싸게 입을 막았다. 아 맞다 비밀보장이지. 누구한테도 이야기하면 안 되는데...!
"헙. 아냐 에베베베 넌 아무것도 못 들었다 못 들었다~"
나는 피터의 양어깨를 잡고 흔들어가며 그가 방금 내가 한 말을 잊기를 종용했다. 잊어버려! 잊어버리라고! 하긴 생각해보면 피터랑 그분이 닮을 리가 없는 것이었다. 턱의 각도가 120도로 같아도 그분은 히어로고 거미이고 내 친군 퀸즈에서 자란 머리가 좀 좋은... 아니 사실 많이 좋은 그냥 일반인인데 그럴 리 없지.
그렇게 생각한 내가 이상한 거지. 머쓱한 기분이 들자 나는 피터의 등을 밀며 일하러 가자했다. 그러다 느낌이 이상해서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피터가 언제부터 이렇게 몸이 더 좋아졌지? 조용히 실험가운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내 손아래에서 느꼈던 단단한 감촉이 자꾸만 생각나 나는 피터를 휴게실에 두고 먼저 도망치듯 걸었다.
그녀는 결심했다.
난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데... 요즘 잡생각이 든다. 그의 건강관리를 해주다 보니 검사할 때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되고 어느새 우리는 꽤 가까워지고 가끔은 속에 있는 감정까지 상담해줄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마치 친구에게는 말 못 하는 비밀이지만 날 잘 모르는 익명성이 보장된 타로점을 볼 때는 비밀이 술술 나오듯 그의 앞에선 말이 잘 나왔다. 그리고 뭔가 오래된 친구랑 이야기하는 기분도 드는 것도 신기했지. 역시 프랜들리 네이버후드 스파이더맨이라더니 상담도 진짜 잘해줘. 주로 하는 상담은 피터 파커에 대한 이야기였지 아무래도 젊은 남자니까 심리를 잘 알까 싶어서. 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자꾸 그를 보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내가 안 사귄 지 오래돼서 미쳐가는 거 맞죠? 다른 남잘 사귀어야 할까요?라는 등등의 듣고 있으면 퍽 피곤해지는 이야기 같은 거를 주로 넋두리하듯 말했다.
어느 날은 고마움의 의미로 그에게 선물할 쿠키를 구웠다. 생각보다 많이 구워서 약간 못생기거나 살짝 부서진 쿠키는 모아서 피터도 가져다줬다. 피터는 고마워하며 먹는 모습을 보고 역시 스파이더맨에게 선물 줘도 되겠군 싶었다. 피터는 훌륭한 실험체였다. 예쁜 쿠키만 모아 모아 스파이더맨이 건강검진을 하러 왔을 때 살짝 드리자 그의 눈조리개가 커졌다.
"... 모양이 원래... 이쁘네요."
"네! 제가 원래 잘 구워요."
뻥 좀 치면 어떤가 모를 텐데
"... 그 친구도 줬어요?"
"줬죠. 만들고 남은 거요. 좋아하더라고요. 하지만 스파이더맨님이 받으신 건 달라요.'
"음.... 그래요? 뭐가 다른 건지 궁금하네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그가 마스크를 내가 안 보이게 살짝 걷고는 쿠키를 바삭하고 씹었다. 그가 '비슷한 거 같은걸'이라 웅얼거리듯 말했다. 내가 만든 수제품이라는 걸 믿지 못하는 건가! 하긴 너무 잘 만든것 만 모으긴 했어.
" 정말 직접 만든 거예요! 이건 제 정성과 히어로로써의 존경하는 마음과...... 그리고 사랑을 담아봤어요."
손가락으로 하트 삼종세트도 날려줬더니 그가 작게 켈록한다. 쿠키가 뻑뻑한가? 나는 차 주전자에서 냉큼 한잔을 따라 그에게 바쳤다.
그가 몇 번 더 기침하더니 고맙다고 내가 내민 차를 받아 마셨다. 마시는 동안 그의 목과 턱선이 다시 드러났다.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저번 이후로는 턱선을 가리려고 애쓰는 게 보였는데 말이지.
그 사실을 지적했다가 숨길까 봐 그냥 잠자코 있었다. 스파이더맨이 얼굴을 숨기는 이유를 시민들이 추측한 기사들이 떠올랐다. 첫 번째로 얼굴에 심한 흉터가 있다. 두 번째로 정말 못생겼다. 뭐 이런 것들. 하지만 턱선으로 봐선 못생겨 보이진 않습니다. 니들 예상은 틀렸어요.
그런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잘생겼다."
"네?"
그가 마스크를 황급히 내렸다.
"아니 턱선만 봐도 잘생겼다고요. 사실 얼굴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진짜 멋져요. 히어로잖아요 그러니까.. 사귀실?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 그래 사실 약간 진심도 있는데 늘 촉새 같고 하이 텐션인 그러면 장난으로 받아줄 거라 생각하고 한말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반응과는 달랐다. 그가 급속 냉동한 듯 멈춰서 있었다. 아젠장.
"아니 농..."
얼어붙어있던 그를 움직이기 위해 농담이라고 하려는 순간 그가 뭔가 말하려는 것 같길래 말을 멈췄다.
스파이더맨은 뭐라 입을 움직이며 손가락을 빙빙 돌리고 뭘 설명하려는 듯하다... 도망쳤다.
헐. 장난으로 고백했더니 토낌. 와 질색팔색이었나? 일하는 거라 참은 거야? 팬이라 봐주고 있던 건가... 뿌애앵!
최애에게 거부당했다. 와... 와... 사실 어이없어서 뭐라 하고 싶었는데 나도 말이 안 나와서 금붕어처럼 뻐끔거렸다.
나는 랩실로 와 의자에 앉았다. 아... 일 관둬야 되나 나 굉장히 껄끄러워하시겠지. 결국 사표를 쓰기로 결심했다. 책상에 앉아 스파이더맨에게 장문의 편지를 쓴 뒤 고갤 들었다. 아쉬움에 방안을 천천히 살폈다. 방안 캐비닛 안에는 유리병이 있었다. 거미줄을 수집해서 녹지 않는 액체에 넣어 보관한 유리병이었다. 피터가 처음으로 구해준 거미줄을 넣은 것. 그리고 이곳에 올 때 빌딩에 흩어져있던 거미줄들 라벨링을 천천히 훑으며 스파이더맨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박스에 얌전히 얌전히 옮겨다 두고 이번엔 창가로 다가갔다. 내가 시선을 둔 곳은 그가 1년에 반 이상은 그쪽에서 뉴욕의 풍경을 바라보며 앉아있던 빌딩의 계단 난간 쪽이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아냐고? 알 수도 있지. 물론 난 스토컨 아님 걍 팬임.
일 관두면 이제 그 모습도 못 훔쳐보겠지 싶어 나는 책상에 사표를 올려두고. 그 빌딩 쪽으로 건너갔다. 늘 멀리서 보기만 하던 그 난간을 손으로 쓸었다
이 난간에 스파이더맨이 올 때 1/4 이상은 거미처럼 기어 왔고 1/4은 뒤에서 아래로 거미줄을 내리듯이 왔고 반은 웹 스윙으로 오셨었지. 참고로 난 웹 스윙으로 오는 게 좋았다. 낙하하는 곳을 계산해서 바람에 몸을 날린다는 거미처럼 보였으니까. 그리고 여기에 앉았었고.. 여기서 폰도 했지. 사실 그 모습은 별로 못 봤다. 자꾸 때만 되면 피터한테 연락이 와서. 폰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다. 나는 그 처럼은 못 앉더라도 라는 생각하며 그 난간으로 다가갔다. 멀리서 볼 때도 철제 난간이라 부서지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스파이더맨 보니 여기서 날고뛰고 다하니까 뭐. 괜찮겠지 싶었다. 나는 난간 가로 성큼 다가갔다. 그리고 그쪽 벽으로 뭐가 보이는지 몸으로 기울였다.
와장창! 갑자기 멀리서 뭔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난 놀라 그쪽으로 확 몸을 틀었다. 이미 앞으로 고갤 내민 상태에서 몸을 갑자기 움직이니 중심을 잃었다. 안 쏠리려고 노력했지만 이미 난간 앞쪽으로 고꾸라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한 건 그거였다.
와. 인생 이렇게 끝나?
"엌. 웩 "
갑자기 내장 쪽에 살짝 압박이 와서 신음소릴 냈다. 물론 바닥에 떨어져서 내장이 터져서 소릴낸건 아니었다. 무사하게도 아직 내 눈에는 바닥이 멀리 보였다. 그리고 아래로 이동하는 게 아니 옆으로 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날 낚아챈 게 분명했다. 고개를 드니 빨간 옷이 보이고 그 위로는 스파이더맨의 얼굴이었다.
"와미쳤어... 아니 미쳤어요? 내가 물론 그냥 사라져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죽는 건 아니잖아요! "
그의 비명 섞인 타박을 멍하니 듣다 급 현실감이 몰려왔다. 죽을뻔했어.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흐어엉?"
"제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건데... 절대 싫어서...? 울어요? 울지 마세요..."
그는 나를 여전히 타박하다 내 눈에서 폭포수처럼 눈물이 흘러나오자 말을 멈췄다.
그가 날 구해주고 그리고 달래주기까지 하고 있었다.
" 내 고백 거절했는데 와주시다니 너무 친절해요 흐윽. 그냥 허어엉 여기 자주 오시잖아요. 다신 여기 못 볼 것 같아서 그래서 마지막으로 와본 건데 좀 후회하긴 했어요.... 고백받아달라고 자살시도한 거 아니니까 오해하지마세여 "
울면서도 할 말은 다 했다. 마지막인데 못할 말이 또 있을까 그러니 그가 잠자코 내 말을 듣다 한마디 했다.
"내가 누군지도 모르잖아요. 그런데 왜 고백했어요. "
"반쯤은 장난이었는데... 전 스파이더맨님이 좋기도 하지만 제 친구도 좋고 하지만 모르겠고 고백한 거 취소할게요 미안해요... 힘들겠지만 정리해보려고 노력할게요"
대답이 없어서 부족한가 싶었다.
"일은 그래도 관둘게요. 껄끄러우실 테니까. 아예 다른 지역으로 옮길게요" 이 말도 덧붙였다. 여전히 그가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지구에서 사라져 줄 순 없어요. 일반인이라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다음은 죽음뿐이야. 그는 날 데리고 건물 벽에 찰싹 붙었다.
"취소하지 마요... 아니 취소하지 마 "
"일 관두니까 반모?"
그가 한숨을 쉬더니 마스크를 벗었다. 처음에는 오! 하고 놀랐다. 일관 두는데 스파이더맨의 정체를 알게 되다니. 그리고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모든 게 다 끼워 맞춰지는 듯했다. 이해 가는 게 납득 안 되는 순간이 있다던데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나는 처음엔 굳었고 그 뒤에는 얼굴이 화끈해졌다. 그다음으로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으어어어어피이이이이이터어어어어어으아어아아어앙어"
쥐구멍! 쥐구멍
"놔... 놔줘요! 아니 놔... 놔!"
"여기서 어떻게 놔 가만히 좀 있어...!"
피터는 바둥거리는 내 팔을 한 손으로 붙들며 낼 내려줄 곳을 찾아 거미줄을 쭉 내리며 아래로 갔다.
"아무 곳이나 빨리 저기 내려줘!"
난 아무 곳이나 가까운 건물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는 악..."
"내려달라고!"
하면서 그를 팡팡 두드리자
알겠어라는 말과 함께 창문으로 돌진했다.
에? 아니요. 내가 이승에서 저승으로 하차하겠다는 말은 아니었는데요. 난 가까워지는 창문을 보며 두 눈을 꽉 감았다.
덕질하다 팬미팅 티켓이 아니라 저승행 티켓을 끊었습니요.
예상과 달리 웹 스윙 덕에 창문을 깨고 어떤 방으로 떨어져서 몸이 짜부되는 일은 없었다. 아니 스파이더맨이 무사했는지는 모르겠다. 생각했던 거랑 달리 충격이 없어 놀라 상체를 들었다. 상황을 보니 그가 나를 감싸고 등 뒤로 떨어진듯했다.
"그냥 적당한데 내려주면 되지 왜 여길... 헉 괜찮아?"
"가만히 있으라니까..."
내가 그가 다쳤는지 확인하려고 이곳저곳 만져보는데 갑자기 주변에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팩 돌렸다.
"여기 내 회의실인데."
스타크 씨였다.
"아니요 토니, 정확히는 내 회의실이죠."
옆에서 말하는 사람은 페퍼 사장님이었다.
"페퍼는 나고 나는 나니까. 내 회의실이라 해도 되지"
스타크 씨가 페페 사장님을 보면서 찡긋했다.
에... 어디로 온 거지? 내가 여전히 황당하여있자 스타크 씨는 웃기는 것을 본듯한 얼굴로 우리 둘을 내려다보다니 주머니에서 뭔갈 꺼내 우리 쪽으로 던졌다. 피터가 한 손을 뻗어 그 물건을 착 받았다.
난 피터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것은 어떤 고급 호텔에서 주는 열쇠고리처럼 생긴 게 달려있는 카드키였다. 그리고 글자가 쓰여있었다.
"... S... 스위트룸...?"
그걸 잡아서 읽던 피터의 얼굴이 붉어졌다. 응? 그게 왜? 내가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스타크 씨가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여기는 공공장소니까 거기 가서 하라고"
"스타크 씨...!"
피터가 꽥 소리 질렀다. 되묻는 거겠지? 이해가 안 가니까.
"우리 직원분이 스파이더맨 덕질했더니 덮치는 데 성공했네"
아. 난 그제야 내 상황을 눈치챘다. 마치... 내가 덮친 거 마냥 아직도 아래 스파이더맨을 깔고 앉아있었다.
내가 손사래 치면서 몸을 일으키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 다시 뭔가가 날 다시 붙잡았다. 어느새 가면을 다시 쓴 스파이더맨 아니 피터였다.
"그럼 스타크 씨 페퍼사장님? 저희는 반차 쓸게요. 아니 음... 휴가 쓸 수도 있고요. 찾지 마세요!"
그리고는 다시 창밖으로 날 안고 나갔다. 건물에서 나오자 세찬 바람이 얼굴로 훅 밀려왔다.
나는 방금 전 일을 겪었지만 아니 겪었기에 이번엔 몸부림치지 않고 얌전히 안겨있었다. 바로 눈앞에 스파이더맨의 가슴팍에 붙어있는 거미 심벌이 보였다. 나는 그의 목을 껴안고 있던 두 손 중 한쪽 손을 내려 그 문양을 쓰다듬었다.
그리고 그의 손끝에 나오는 거미줄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부터 마음은 이미 거미줄에 걸려있었던 모양이었다. 스파이더맨의 거미줄에 그리고 피터의 거미줄에.
".... 쌍둥이 형제인 건 아니지?"
그가 날 힐끗 보는 듯 눈조리개가 움직였다. 그리고 대답이 들렸다.
".. 그랬으면 좋겠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조용히 그를 품에 더 꼭 껴안으며 그의 목덜미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피터는 바람소리 때문에 안 들린다 했다. 들었으면서. 나는 눈을 흘겼다. 리미트아이가 휘어지는 게 웃는듯했다. 짜증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느껴져 난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소리쳤다. 두 번 다시 말 안 해줄 거야.
"젠장 -너 좋아했던 거 어차피 알잖아"
이번엔 대답을 들었는지 스파이더맨의 마스크 속으로 웃음이 잘게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