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who is spiderman?

WHO IS SPIDERMAN? [9]

망상러 2019. 9. 17. 17:38

피터는 해리슨의 헬퍼 제안에 얼떨떨하면서도 속으론 꽤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톰홀랜드가 아니라는 걸 알았을 때 당장 톰을 내놓으라며 계속 난리 칠 거라고 예상했는데 말이야. 피터가 인터넷으로 봤던 그들의 모습은 꽤 가까워 보였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대하던 그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그들의 친밀감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좀 놀라운데...?





"날 믿는거야? ....그리고 도와주겠다고?"



그의 제안에 피터는 잘못들은게 아닌지 다시 되물었다. 잠깐 미쳐서 그런 걸 수도 있지 꿈이라고 안다거나....  피터는 그렇게 생각하곤 의심하는 눈빛이 담긴 눈동자를 데굴 굴려 그를 다시 봤으나 해리슨은 정신 빠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미심적어하는 나의 반응에 해리슨은 헛기침을 한번 하곤 피터에게 조력자를 해주겠다던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 시작했다.



" 네 말대로라면 어쩔 수 없이 한 달 뒤에 톰이 이곳에 올 수 있는 거고. 당장 촬영이 시작했는데 톰이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내 친구가 노력한 커리어가 물거품이 되는 거니까. 네가 톰이 아니라는 걸 들킨다면 논란이 있을게 분명하니까. 톰을 위해 돕는 거야."



톰도 나처럼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친구를 뒀네 피터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나한테도 그런 친구가 있지. 자신을 위해 홈커밍 파티 때 포르노를 본다고 둘러댔다는 네드의 희생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아무나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그다음 날 네드에게 들었기도 했지만 오늘 낮 코믹콘 대기실에서 휴식하면서 본 홈커밍 영화에 바로 그 장면이 있어서 그 상황을 생생하게 봤기에 새삼 그 당시 네드가 대단하다 여겼다. 솔직히 나라면 그 상황에 내 얼굴 들고 포르노 본다고는 말 못 할 거야. 다른 변명을 둘러대거나 했겠지.



하지만 이런 상황에 시민을 끼워 넣는 건 좀 그렇지. 더 피해가 갈 수도 있는 거고 


피터는 괜찮다며 손을 내젓으며 말했다. 

"고마운데 난 혼자서도 할 수..."

하지만 말을 채 잇기도 전에 해리슨이 단언했다.

"아니 넌 못해"


그의 칼 같고도 단호한 표정에 살짝 인상을 쓰며 올려다봤지만 지금 일어난 상황을 보라는 듯한 표정을 보고 피터는 슬그머니 꼬릴내렸다. 


"... 그럼 아주 조금만... 도움받아볼까?"

"좋은 생각이야"


사실 피터가 이 일에 적합자라 주장했던 이유는 얼굴이 같기도 했고 차원을 넘나들었을 때 이상이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자신이 정체를 숨기는 건 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에서 내가 스파이더맨인걸 눈치챈 사람은 거의 없잖아? 물론 스타크 씨 제외하고 이제 어벤저스 멤버도 제외하고 말이야. 네드도 제외하고 벌쳐도 눈치채긴 했지만 뉴욕 시민들은 모른다고...  갈수록 사람들이 많아지긴 했지만 피터는 그 사실을 잊고 있는 듯했다. 

처음에 나타샤가 내가 투입되기 전에 능력을 테스트해주겠다 했었었는데... 피터는 공항에 도착 전을 회상했다.


누군가 똑똑 자신의 호텔방 문을 두드렸다. 피터는 침대에서 이곳에 도착해 찍은 사진을 훑어보다 소리를 듣고 잽싸게 문을 열였다.  그리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오.... 블랙위도우... 와우 만나서 반가워요. 전 피터예요. 스파이더맨이고요."

예의 바르게도 자신의 손을 바지에 슥슥 닦고는 손을 내밀며 발랄하게 이야기하던 피터가 men이라는 단어를 내뱉자 나타샤는 피식 웃었다.


" 그래 spidermen. 잠깐 따라올래?"


공항에 들어가기 전에 내 능력을 한번 시험해보겠다며 사진을 어딘가로 데려갔다. 걸어가면서도 자신의 평가가 적혀있는 태블릿을 휙휙 넘기는 게 보였다. 실제로 블랙위도우를 보다니... 솔직히 내 v로그에 영상을 찍고 싶지만 아무래도 블랙위도우는 전직 스파이니까 예의가 아니겠지?


그리고 뭔가 나름 유대감도 있었다. 블랙위도우가 거미 이름이잖아? 나름 거미 친구랄까.




같이 들어간 방에서 나타샤는 진지한 분위기로 말없이 나를 바라봤다. 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발을 덜덜 떨다. 정적에 자신의 소리만 나는 걸 느끼자 피터는 움직이던 발을 제자리에 뒀다.


"제가 좀 시끄럽게 했죠? 뭔가 어... 긴장돼서요..."



그녀는 깔끔하고 세련된 외모와는 달리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긋하게 자신의 평가서를 하나씩 읊어 나갔다.



"위기 대처능력 최상. 전략 최상. 지능은 최상. 잠입은 최상. "



그리고는 태블릿을 보며 말하다 나를 위로 힐끗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보였다. 나도 따라서 미소를 지었지만 그다음 나타샤가 말하는 단어에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얼굴을 드러내는 변장 최하 모든 능력은 우수하지만 위급상황에 변장할 수 있는 능력은 제로에 가깝네. 스파이 임무는 불가할 것 같네 스파이더맨?"



"가면 쓰는 것처럼 생각하고 다시 한번 해 볼게요!"


피터는 아무리 시험 결과가 안 좋았어도 어벤저스에서 자신이 히어로로 활동을 못하게 할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스파이더맨이 스파이 임무를 못한다니 그게 말이 되나요? 아니 변장 안 하고도  얼마든지 할 수 있죠. 잠입이 최상이니 결국 안 들키면 변장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요?"



내쏟는 변명에도 나타샤는 여전히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내 속사포 같은 말이 끝나자 나타샤는 나긋하게 동생에게 충고하듯이 말했다.



"세상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몰라. 특히 스파이 임무처럼 어딘가에 들어간다는 건 모든 능력이 필요한 거고. 만약 잘못되면 바로 사살이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인정받지 못했다는 슬픔에 축 늘어진 내 어깨를 나타샤가 토닥거렸지만 이미 기분이 처박혀있는 상태였다.  스타크 씨가 불러서 같이 히어로로 활약하는 줄 알았는데... 



"스파이더맨 슈트에 투명화 기능이라던가 변장 기능을 스타크한테 넣어달라고 부탁해봐. 음. 그래도 지금은 당장은 안되지만. 그다음엔 내가 힘들게 훈련시켜줄 테니까."


갑자기 스타크 씨가  피터를 데려가서 뭘 하는 거냐며  화를 내며 방으로 들어왔던 탓에 더 이상 진전은 없었다. 그다음 나타샤가 어벤저스에서 나갔었기도 했고... 그런데 정말로 그 어떤 일이 생겼어요 나타샤...





"피터? 피터 파커...?"


잠시 과거의 일을 떠올리다 정신이 팔려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해리슨이 그를 쿡 찌르고 나서야 피터는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응?"


"고마워."


"아니 도와준다니 내가 더 고맙지"



허술한 자신을 도와준다면서 왜 고맙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해리슨은 봉사정신이 뛰어난 사람인가?



해리슨이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곤 가볍게 툭툭 치며 말했다.


"아까 차사고에서 날 구해줬잖아. 비밀 들킬 위험까지 무릅쓰고."


"그거야 뭐 난 스파이더맨이니까 "


"톰을 도우려고 여기 온 거기도 하고. 역시 스파이더맨은 멋지네."



그의 칭찬에 나는 쑥스러워서 고갤 푹 숙였다. 늘 보답받자고 선행을 하는 건 아니지만 칭찬이라도 한마디 들으면 뿌듯하고 기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반응이었다. 나는 여전히 고갤 숙인 채 미소 지었다.


.

다음 스케줄부터 쭉 어시스턴트를 계속 맡아줄 거라는 말과 함께 해리슨은 현관 쪽으로 걸어갔다. 피터는 해리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그의 제안 이후 어두웠던 앞길이 조금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혼자보다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면 좀 더 편해지는 건가 싶었다. 걱정이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인사한 뒤 문을 나서려던 해리슨이 멈칫하더니 다시 얼굴을 빼꼼 들이밀고는 피터에게 물었다.



"그런데 물어보고 싶은 거 있는데"

"뭔데?"


기밀정보만 아니라면 그에게 뭐든 말해줄 용의가 있었다.

" 스파이더맨 하고 배트맨 하고 싸우면 누가 이기는지 알아?"
응? 해리슨은 내가 약할 것 같아서 물어본 걸까? 배트맨이 누군데 그런 소릴 하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기에 피터는 그저 고개를 갸웃했다.

 

 

 

[9]해리슨은 피터에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